'인시울'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자기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안면인식장애도 시각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울이가 보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뿌연 구름이나 모자이크, 여러 가지 블록 조각 때로는 롤리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의 손 감각만으로 자신의 얼굴을 유추할 뿐이다.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가족은 물론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채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시울. 하지만 시울이는 할머니의 진짜 취향을 그리고 친구 라미의 활짝 웃을 때의 반짝거림을 볼 수 있는 아이다.
시울이의 같은 반 친구인 라미는 자신의 틀어진 앞니를, 묵재는 아픈 가정사를 가리고 싶어한다. 묵재는 알코올중독자였던 엄마를 사고로 잃고 자신의 아빠도 친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힘들어한다. 묵재의 실수로 시울이의 이마에 상처가 나고, 시울이는 그 상처의 흉터는 볼 수 있게 된다. 이 사건으로 묵재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울이에게 털어놓으면서 상처를 치유받는다.
기록하고 싶은 문장
p67
그 가능성의 빛을,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날 힘을, 정작 본인은 제대로 볼 수 없다. 지난 후에야 비로소 볼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p82
고여 있던 묵직한 한숨이 단전에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라미의 탁만은 아니다. 다들 자신의 빛을 못 본 채 살아가니까. 신이 인간에게 심술궂은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후에야 그 가치를 깨닫게 하니까.
p98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p190
시울이가 제 얼굴을 볼 수 없듯, 손의 감각만으로 간신히 유추하듯, 인간은 모두 삶의 불확실성을 지닌 채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겠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기대가 될 수 있다. 시각이 아닌, 마음의 시선에 따라 인생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잊지 않으려 한다. 할머니를 보는 시울이의 아름다운 시선과 흉터를 제 것으로 받아들이는 굳건함이 필요한 세상이다.
느낀 점
이희영 작가는 <페인트>, <테스터>, <나나>, <소금아이> 등 많은 청소년소설을 썼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 많다. 이 책 <페이스>도 추천받아서 읽었는데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설정이 특이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지만 남들이 자신에게서 보지 못하는 반짝이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시울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과 자신의 가능성의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그리고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날 힘을 보지 못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슬프고 불편한 것일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얼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나머지 그림들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