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서 작가님의 책은 믿고 보는 책이다.
쟁쟁한 소설가 분들이 추천한 단편소설 가운데 10편을 선정했다고 하니 안 읽어볼 수가 없다.
이 책은 1950년대~1980년대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 시대를 여행하고 온 기분이 들었다.
6.25 전쟁/ 70~80년 지독한 가난/ 남녀차별/ 사상문제/ 이산가족 등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서 단편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모든 단편이 다 재미있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역시 이 단편들을 추천한 소설가분들의 안목은 대단하다 싶다.
특히 [해산 바가지].
나도 딸 셋, 아들 하나의 둘째 딸로 태어났고, 네 번째에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많은 남매가 있을 뻔했었기에 이 글이 더 와닿았나 보다.
둘째 딸을 낳고 축하는커녕 살기 등등한 시어머니의 눈총을 받는 산모가 우리 엄마로 겹쳐져서 마음이 더 아팠다.
우리 엄마도 딸 셋을 낳을 때까진 이렇게 죄인 모드로 사셨겠지.
그 시기를 견뎌내신 어머니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딸을 더 선호하는 세상이 된 지금, 우리 할머니가 잠시 세상 구경 나오신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마음에 남은 글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다.
제목이 이해가 안 돼서 검색해 보니,

내가 '가장 마지막까지 갖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글은 형님과의 대화로 이루어졌는데, 형님의 목소리는 없고 한 어머니의 독백만으로 전개가 된다.
이 어머니는 귀한 아들을 민주운동으로 잃었지만, 그런 모습을 티 내지 않고 꿋꿋하게 잘 버티며 지낸다.
하지만 차 사고로 하반신 마비와 치매를 앓는 아들 병간호를 하는 친구 집에 문병을 갔다가 그렇게 꿋꿋하게 지켜낸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아들을 일찍 잃은 박완서 님의 마음을 드러낸 구절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이 책을 나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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