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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과 커피

26.5.25. 백지 앞에서, 최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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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파병이 베트남 국민들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한 번도 가해자의 위치에 선 적이 없다고 믿었던 나에게 이 글은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처럼 정 많고 따스한 민족이 또 있을까 싶은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무참히 죽였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거, 미안해.
그 말이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회복조차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성찰을 거치지 않는 한 역사는 같은 패턴을 변주하며 반복될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기억은 정체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자기 정체성은 삶의 많은 선택에서 힘을 발휘한다.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 나쁜 선택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멸공, 사람에게 '벌레 충' 자를 붙이는 일도 그렇다.
이런 언어가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사회는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 파시즘의 싹을 틔울 수 있다.
반성하지 않고 성찰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는 일은 그래서 위험하다.


그날 이후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 사회의 인간성에 대한 척도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고통은 다른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그것은 그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생각나게 만들며, 그들 자신의 삶도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깨닫게 한다.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안전한 사회,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기억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유한 영혼을 지닌 존엄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뒷표지의 글귀가 마음에 더 와닿았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설명하기에 딱이다.